2014년 3월 29일 토요일
전날 늦도록 회식이 있었던터라
느즈막히 일어나려했던 내 의지와는 달리
아침부터 부산을 떠느라 아침잠을 깨운 집사람이 영 못마땅 했다.
왜 어디 가려고?
대답인즉 고등학교 2학년인 딸애와 조조활인 영화를 보러 간단다.
그러며 나더런 모자란 잠이나 실컷 더 자고
귀찮다는듯 그냥 집이나 지키랍신다.
이건 뭐 날 위하는건지 왕따 시키는건지 ...
최근 갱년기 초기 증세를 의심할만큼 집사람 행동에 마음이 쓰여왔던터라
기분전환도 해줄겸 후다닥 일어나 따라 나서기로 했다.
학교 친구들로부터 왕따에 시달리던 14살 천지가
아무말없이 세상을 등져버리고
아이를 가슴에 묻은 어머니의 슬픔을
담담하게 억제된 절제로서
표현해내는 김희애의 연기가 영화의 몰입도를 더해 주었다.
실은 딸애 앞에서 집사람마냥
주책없이 훌쩍거리지도 못하고
마른침 삼키며 애써 눈물을 참느라 고생꽤나 했다.
나이를 먹을수록 여성은 남성화가되고
남자는 여성화 된다고들 하는데
나역시도 감성이 점점 여려지는것 같다.
최근 학교 폭력이 심각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음에도
내 자녀는 예외이거니 하고 남의 일로만 여길게 아니라
또 공부만 강요할게 아니라
가끔은 딸애의 고민거리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겠다.
어쨌든
고학년 초등생이나 중학생을 둔
학부모들에게 한번쯤 권장 하고픈 볼만한 영화였다.
영화를 마치고 함께 점심을 하면서 물었다.
왜 우아한 거짓말이라 했을까?
슬프지 않다.
힘들지 않다.
외롭지 않다.
행복하다.
영화속의 천지가 그랬듯이
이 단어들이 나와 내 가족 삶에서 "우아한 거짓말"이 아니라
진실이 되기를 갈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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