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초가삼간 고향집

바수가리 2014. 2. 8. 11:01

 

어릴적 살았던 초가삼간의 추억을 돌과 좌대로 연출해 봤다.

 

 

 

 

이른 아침

 물동이 머리에 받쳐 이고

넘쳐 내리는 물 쓸어 훔치며

 물길어 나르시던 정지

옆으로  

안방과 사랑방이 금슬좋게 붙어있고

좁은 처마 마루가

질긴 부부의 연줄처럼

 서로를 이어 주었다.

사랑문 앞 마루 바로 밑에는

소여물 끓이는 가마솥이 있어

여기서 맷돌 순두부를 끓이기도 하였고

소 여물을 퍼 나르는 와중에

 어린 조카가 빠지는

안타까운 사고도 겪었다.

그리고 옆으로 한걸음 비켜선 행랑채에는

 큰형님 내외가 신혼의 단꿈을 꾸었고

옆에 자리한 외양간의 소와 닭들이

 사랑의 밀어를 엿들으며

긴 동지밤을 설쳤으리라.

 

볏집 지붕 아래 석가래 틈사이론

 둥지를 튼 텃새들이 분주히 드나들고

밤이 되면 천정위에서

쥐들이 번갈아 소란스럽게 했다.

 새마을 지붕 개량사업이 한창이던

초등학교 2학년때에서야

묵은 볏짚 지붕을 걷고

기와로 갈아 얹었다.

일손 던답시고 맨손으로 기와를 나르다

손을 다쳤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리고 초등학교 4학년때

겨우 전기가 들어오면서

TV와 함께하는 밤 문화를 알게 되었다.

이전에는 달빛과 호롱불만으로 어둠을 밝혔고

그나마도 부엌에는

 안방 간창(間窓)으로 비취는

 절반의 호롱 불빛이 전부였다.

그래도

 어머니의 손놀림은 늘 빠르고 맛깔났다.

대대로 이어온 이 작은 삶의 터전에서

 6남매가 태어나 피를 나누고 함께 자랐으니

집사람이 유별나다 할

형제간의 가족애가 오죽하랴.

 

오늘도

마음으로 들어서는 고향집엔

뒤안 굴뚝에서 모락 연기 피어오르고

 마루밑 처마에 잠자던 누렁 삽살개가

금방이라도 짖으며

반갑게 달려 나올듯 하다.

 

2014.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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