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손 재봉틀
바수가리
2021. 6. 17. 14:46
여보게 권서방!
자네는 손재주도 있어 보이니
이것좀 고쳐 주게나.
장모님이
방구석 한켠에서
보자기에 싸인채 잠자고 있는 손 재봉틀을 가리킨다.
재봉틀 머리를 안으로 넣었다 빼 얹고 하는 케이스가
몇차례 부분 수리를 거쳐 왔음에도
결국은 오랜 세월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비틀어지고 문드러져서
간단 수리로는 도저히 복원이 안될 정도이다.
궂이 쓸데도 없는 골동품을
애써 고쳐서 뭣에 쓰시려구요?
그냥 누구 주시던가 버리세요. 라고 했는데
몇해가 지난 오늘까지도
먼지를 털어내며 미련을 놓지 못한다.
하긴 바늘에 손끝을 숱하게 찔려가며
가난과 함께 해온 세월이 있는데 어디 정 떼기가 그리 쉬우랴!
문득 내가 너무 매정히 굴었다 싶어
오늘에서야 어설픈 솜씨를 부려 보았다.
어차피 이젠 기력이 쇠약해지고
눈까지 침침해져 스스로 바늘 귀조차 꿸수도 없겠지만
그저 가만히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4남매 홀로 키우며 무릎헤진 내복을 덧대어 누비던
옛 시절로 추억을 되돌릴 수 있으니
이것이 장모님에겐
어쩌면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박음질 틀 소리가 심장 박동 처럼 들린다.